[독후감] 쥐 by 오리대마왕

쥐 I쥐 I - 8점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아름드리미디어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만화다. 의심이 가면 1992년 퓰리처상 수상 목록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Special Awards and Citations - Letters
Art Spiegelman
For "Maus".

표지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만화다.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실제 이야기를 풀어나간 작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2차 대전 당시 유태인으로 살아남은 작가의 아버지의 처절한 생존기가 한 축을 이루고, 더불어 현재의 아버지와 아들과의 어려운 관계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책은 아버지가 아들인 저자에게 자신이 겪은 2차 대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쥐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유태인은 쥐, 독일인은 고양이, 폴란드인은 돼지, 프랑스인은 개구리, 미국인은 개로 그린 점이 흥미롭다.

보통 이런 류의 이야기라면 마지막에 '아아! 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어!' 하고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 희망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극이 끝나야 하는데, 이 책에선 그렇지가 않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어서 살아남은 두 부부였건만, 미국으로 넘어와서 작가의 어머니는 자살을 하고, 작가의 아버지는 작가와 아주 불편한 사이로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겨 살아남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 넌픽션과 픽션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주 재밌게 본 "밴드 오브 브라더스" 거의 후편에 나오는 '전투는 끝났지만, 병사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라는 나레이션도 떠오르네.

1권을 완성하는데 8년이나 걸렸고, 2권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대충 1권 만큼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 추정이 된다. 엄청난 분량으로 찍어내는 김성모 화백과 생산성 면에선 비교가 되질 않는군. 책에 조금 소개된 작가의 제작 노트를 보면 참으로 많은 고민의 결과로 만들어진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읽으면서 그런 부분까지 잘 느끼진 못했다. 어찌보면 그런 고민의 결과로 이렇게 읽는 도중 자연스레 내용에 몰입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전개는 상당히 빠르면서, 건조하다. 아내와 정말 오랫만에 상봉한 장면이라면 의례히 둘이서 눈물을 적시는 장면이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우리라 예상되지만, 여기선 기껏해야 한 두 컷, 묘사도 쥐의 눈가에 이슬이 약간 맺힌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무미건조함이 더더욱 무서움을 더해주는 지도 모르겠다.

재미있고, 전쟁의 무서움을 일깨워주는 좋은 책이긴 한데 읽으면서 '으아, 엄청난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워낙에 기술 서적만 읽다보니 그런가? 하여간 그런 면을 다 떠나서 꼭 읽어봄 직한 책이니 주저말고 읽어봅시다. 추천!
http://kingori.egloos.com2011-03-23T16:47:250.3810

덧글

  • ? 2011/11/05 22:46 # 삭제

    2권도 예전에 나왔습니다...
  • 오리대마왕 2011/11/18 14:15 #

    네, 발매된 지는 오래였는데 위 글에서 제가 언급한 내용은 '1권 만드는 데는 8년이 걸렸다고 나와있는데, 2권을 만드는데는 얼마나 걸렸는지 잘 나와있진 않았다. 하지만 2권 만드는데도 거의 1권 만드는 시간 만큼이 걸리지 않았을까' 입니다.
  • 이책의 2012/02/29 01:56 # 삭제

    진정한 의미는 슈피겔만씨의 엄청난 처세술인 듯하더군요. 아들까지도 혀를 내두르고 경악할 정도의...
    어떻게 보면 그런 태어날때부터 몸에 밴 약삭빠른 행동이 유태인들의 생존비결이고 성공비결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유럽에서 왜 유태인들이 야비하고 비열함으로 전 유럽에서 미움을 받는 지 잘 알겠더군요..
    가족과 일가친척들이 하나하나 소각로에서 재로 날라가지만 그런 초 비극조차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하면서 필사적으로 자기와 아내의 생존을 위해 뇌물까지 바쳐가면서 발버둥치는 모습과 인종차별로 죽음의 문턱까지 겪은 사람이지만 인종차별의 다른 피해자인 흑인한테는 편견과 차별의 시선으로 좀도둑 집단이라고 멸시하는 것을 보면 인간존재의 모순이란게 어떤것인지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들 더군요.


  • 오리대마왕 2012/03/16 13:29 #

    저도 위 말씀에 100%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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