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번역의 탄생 by 오리대마왕

번역의 탄생번역의 탄생 - 10점
이희재 지음/교양인

하아, 이 책은 별 5개 줘야 한다. 너무 좋다.

거창하게 책 번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로 된 글을 한국어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런 작업을 할 때 마다 "내가 제대로 하는 건가?" / "아우 너무 구린데 더 좋은 표현 없나?" / "나는 번역체를 무척 싫어하는데, 지금 내가 옮기고 있는 이 문장도 결국 번역체 형태가 되어가곤 있지 않나?"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또 기왕 하는 작업이니 잘 하고 싶은데, 뭘 알아야 잘 하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몇개의 서적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또 막상 손이 가진 않아서 그냥 깔아뭉게고 있었는데, KSUG 회장님이 강추하여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2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외국말로 된 글을 우리말로 옮길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유형별로 정리하고 있다. 각 장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정말 하나같이 주옥같다. 그리고 문장이 매우매우 친절하고, 예시가 풍부하여 국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도 "아, 이런 표현이 정말 좋은 우리말 표현이구나!" 하고 동감하면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몇몇 장은 그 장에서 다룬 내용을 저자가 어떻게 활용하여 번역을 하였는지 보여주는데, 이러한 구조도 무척 좋았다. 핵심 내용은 알라딘 리뷰 페이지에 "맑은독백" 님이 잘 정리해 주셨네.
명사를 동사화하라. 한국어는 동적이다. 직역은 딱딱하다
대명사를 자제(he, she)하자. 한국어는 그냥 이름으로 많이 쓴다. 영어는 대부분 대명사로 받는다.
한국어는 주어 생략을 많이 한다.
주어(주체)가 빠진 수동태는 주어 없는 한국어 능동태로 바꾸자
한국어를 어지럽히는 과잉 사역문, 과잉 사역문을 없애자.
부사를 중시하는 한국어. 부사를 넣어 문장의 맛을 살리자. (갑자기-> 불쑥)
~적인 이란 표현을 피하자. (남성적 -> 남성다운, 야만적 -> 야만스러운)
군더더기를 빼자. 문장을 간결하게 만들자. 덧말을 이용해서 간결하게 만든다.
살빼기,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정,부정관사는 번역하지 않는다.
~고 있다. ~에 관한, ~에 대한 ~을 향한 등의 사용을 자제하자.
구체적인 표현 사용하자(좁히기) (결혼하다 -> 시집가다, 장가가다)
고유명사, 전치사등은 뜻을 덧붙여 번역하자. 고유명사는 알기쉽게 풀이하여 번역한다.
번역은 단어를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작업이 아니다. 자연스런 짝짓기 필요. 비슷한 단어의 매칭은 엉뚱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뒤집는 발상도 유용하다. 의미적(구문적) 뒤집기, 단어적 뒤집기 (A가 아니다 -> B다.)
입말을 이용해 느낌을 살리자 (but, 전공 서적은 예외일 수도) ->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자
맞춤법은 기본이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라.
사전의 중요성, 참신한 다른 표현을 찾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봐야 저 내용이 왜 중요한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돈 값 안아까우니 다들 읽어보세요.

자, 책 내용은 그렇고 적용을 해보자! 하고 달려들면 역시 이건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한가지 조심할 점은 섣불리 적용해 보려다가는 주화입마 할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20년간 이 바닥에서 내공을 쌓은 저자의 노하우를 막 써보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외계말 결과물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머릿속에 집어넣되, 조심해서 적용해야 하겠다. 그렇긴 해도 책에서 제시하는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좋은 표현" 들이라던지, 몇가지 기계적으로 바로 적용이 가능한 조언들은 나같은 초짜의 작업물의 질을 바로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외국 문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뭔가 갈증을 느꼈던 분, 아니면 우리말을 더 이쁘게 사용해 보고자 하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책이다. 저자는 번역을 하면서 우리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데, 이 책에 그런 내용들이 잘 녹아있구나. 강추!!
http://kingori.egloos.com2009-06-18T02:00:290.31010

핑백

  • 오리대마왕님 집 : [독후감]실전 영어 번역의 기술 2010-07-26 21:10:33 #

    ... 실전 영어 번역의 기술 - 서계인 지음/북라인 이 책은 KSUG 큰일꾼인 박성철님이 빌려주셔서 읽은 책이다. 전에 읽었던 번역의 탄생과 같은 범주에 속한 책이다. 영문 번역을 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을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 지를 적은 책이다. 제목부터 "실전" 이라는 ... more

덧글

  • 아이리스 2009/06/25 02:31 #

    요거 좀 탐나네. (=_= 번역할 일도 가끔 있고...)
    =_= 아 애드거 앨런 포우 전집 번역한 ㅅㅂㄻ 내 손에 잡히면 뒈질 줄 알아...T_T
  • 오리대마왕 2009/06/25 09:48 #

    그것도 탁 읽으면 "아,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었겠군" 하는, 원문이 바로 연상되는 번역인가보구만!
    하여간 이 책은 정말 추천. 만날 수 있으면 빌려주마.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