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 ![]()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현대경제연구원BOOKS |
옆자리 회사분에게 빌려서 읽게 된 책이다. 무엇보다, 올해인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책이니 좀 간지나잖아. (내가 좀 권위에 약한 사람이다.) "미래를 말하다"라는, 한국어판 제목은 너무 낚시성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미래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이고, 미래 얘기보다 과거 얘기가 훨씬 많으니 이 제목은 책 내용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원제이자, 마지막 장의 제목인 "The Conscience of a Liberal" (자유주의자의 양심) 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실상만 봐도 참 불합리하고 거지같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완전 후진나라야! 못살겠다, 이민가자!" 라는 말이 아주 빈번하게 들린다. 근데, 그럼 딴 나라는 다 무릉도원일까? 이민가면 답이 있나? 이 책 한글판 겉표지에는 책 본문에서 따온 문구가 있다.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일류 학군들은 줄고 있으며, 부근의 집값은 점점 더 오르는 추세다. 이들 중산층은 욕심이 많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에게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지 못하면 자녀의 미래는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문장만 따서 옆자리 앉은 사람에게 보여주자. "음. 한겨레신문 아니면 경향일보 논설인가?" 하는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라 미국 상황에 대해 저자가 한 얘기다. 아니 우째 이리 똑같아? "신보수주의" 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시장논리를 앞세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가 대동소이한 것 같다. 아니면 우리가 미국을 열심히 따라가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이 책은 이러한 경향의 잘못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저자가 경제학자이긴 하지만, 경제만큼 정치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경제학 서적이라 보긴 힘들다. 책은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여 미국의 20년대에서 현재까지의 정치와 시장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식하게 짧게 정리하자면 "경제와 정치는 뗄레야 뗄 수 없는데, 보수주의 니네들은 시장경제 앞세워서 불평등만 심화시키고 있어, 이 멍청이들아!" 라고 할 수 있으려나. 저자가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에(이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공개지지자 목록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아주 균형잡힌 시각이다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같은 성향의 나로서는 든든한 백 데이터를 얻은 셈이다. 따지고 들면, 이 세상에 균형잡힌 시각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나? 책은 미국 정치사 이야기가 주욱 나오는데, 최근까지도 민주당이 개혁적 성향인지 공화당이 개혁적 성향인지도 몰랐던 나에겐 (이젠 알아!) 정말 처음듣는 이야기, 이름들이 줄줄이 나와서 꽤 졸려웠다. 지하철에서 이 책 펴들고 꿈나라로 간 게 몇번인지. 하지만 조금 적응이 되니 (앞에 나온 이름들이 계속 언급된다) 속도가 확확 붙더라. 그래서 뒷부분은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괴짜경제학의 저자 이름도 종종 언급이 되네. 추천! 특히나 현재의 대한민국 꼬라지, 2MB 노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추천. 그러나 읽는다고 뭐가 바뀔 것 같지 않으니 암울하구나. @난 레이건 대통령이 인자한 얼굴을 가진 온화하고 서민친화적인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이 책에 묘사된 레이건은 2MB와 별 다를 바가 없는 인물이었다. 새로운 발견! |
- 2008/11/21 15:40
- kingori.egloos.com/3988037
- 덧글수 : 1






덧글
rince 2008/12/04 11:16 # 삭제 답글
책을 읽고 이 세상이 변할 수 있으면 당장 100번이라도 읽고 싶네요.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