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 ![]() 데이비드 커시너 지음, 이섬민 옮김/Media2.0 |
원래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henjeon한테 빌려왔는데, 너무 재밌어서 주말에 다 읽어버렸다. 흑흑. 주변에 게임제작에 투신한 사람들이 많아서 존 카맥이라는 이름은 참 많이 들어봤다. 한마디로 초천재. 반면 함께 책 제목에 이름을 올린 존 로메로라는 인물은 처음 들어보네. 둠이나 퀘이크 등의 FPS를 열심히 했다면 둘 다 알았겠지만, 난 FPS는 3분만 하면 3시간 정도 드러누워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3D 울렁증의 소유자라서 그러진 못했다. 친구들이 모여서 신나게 퀘이크를 할 때도 옆에서 30초 쳐다보다 얼른 화면 밖으로 얼굴을 돌려 휴식을 취해야 했지. 내가 왕따가 된 것은 다 3D 울렁증 때문이다.(음.. 좋은 핑계거리군) 3D 울렁증도 문제지만, 내가 가진 PC의 사양은 항상 이런 최신 게임을 돌리기에 부족했던 것도 또 하나의 문제이긴 했지. ID 소프트라는 이름(책에서는 이드 소프트라고 번역했는데, 아이디 소프트가 맞나, 이드 소프트가 맞나?)을 처음 기억하게 만든 것은 역시 DOOM 이었다. FPS라고 해봐야 울펜슈타인-3D가 거의 유일한 게임이었는데, 처음 이 DOOM이라는 게임을 봤을때 깜짝 놀랐다. 내가 봤던게 2였는지 1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도 1이었을 거다. 그래픽이 거의 환상이었다. 그러나 이 때도 30분 이상은 도저히 울렁증때문에 할 수 없어서 조금 하다 저장하고, 또 조금 하다 저장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곤 했다. 몸이 안따라줘서 오락을 못한다는 게 참 웃겼지. 이후로 나온 둠2, 헤러틱(이 게임이 ID의 작품이 아니라 raven사의 게임이라는 내용은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퀘이크 등등의 게임을 볼 때 마다 "야, 이런게 PC에서 돈 단 말이냐!" 라고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보니 그 전에 접해봤던 dangerous dave, commander keen도 이 사람들의 작품이었구나. dangerous dave는 꽤 열심히 했었고, commander keen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라 금방 관두긴 했지만. 오, 이걸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으리오! 책은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크게 DOOM전, DOOM후의 2개의 파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워낙에 DOOM의 파괴력이 컸기 때문에 이것이 ID 소프트의 이전과 이후를 크게 흔들어놓았다. 곁에 없으면 못살 것 같던 두 존들이 결국 갈라서는 계기도 DOOM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 둘 중에는 역시 여러 우여곡절끝에 명작을 만들어내는 앞부분이 더 재밌다. DOOM 이후의 둘이 깨지는 과정은 너무 적나라하고 감정이입이 되어서 너무 슬프다. 가을동화니 하는 신파조 드라마보다 백배는 더 슬프다. Y_Y 앞쪽 파트에서는 둘의 성장기, ID 소프트 설립까지의 과정, 그리고 DOOM의 태동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두 존은 영웅이긴 영웅인데, 확실히 anti-hero이다. 태생도 underground요, 지향하는 바도 underground요, 성향도 underground이다. 헤비메탈 들으며 "개새끼야, 이거나 먹고 뒈져라!" 라고 소리지르는 영웅들이라니, 짱 좋아! 여기에 초창기 멤버들간의 끈끈한 화학작용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만사 뭐 다 그렇듯이 엄청난 성공 이후에 서서히 틈이 갈라지게 된다. 수도승같은 존 카멕과 반대로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존 로메로가 갈라지는 건 예고된 수순이었다. 초반기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라면, DOOM 이후에는 초창기 멤버들이 짤리거나 제 발로 나가고, 후속작은 점점 더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게 되고, unreal과 같은 대박 경쟁자들이 나오는 너무나 잔인한 하드고어 소설로 변화하게 된다. 으흑 너무 무서워요. 현존하는 전 지구적 geek의 과거부터 현재를 옆에서 흘끔흘끔 훔쳐보는 즐거운 기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책 자체도 무척 재밌다. 강추! dangerous dave, commander keen, apogee, wolfenstein 3D 등을 접했다면 더 즐거울 것이다. (이 게임들이 낯익으려면 적어도 25살 이상은 되었겠지?) 그렇지 않고 서든어택이나 스페샬포스밖에 모르는 청춘들도 자기가 즐기는 게임의 태동기를 간접경험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 2008/04/21 18:34
- kingori.egloos.com/3712286
- 덧글수 : 3






덧글
아이리스 2008/04/23 10:06 # 답글
호오.
henjeon 2008/04/27 21:54 # 삭제 답글
존카막 뜨기 전에는 존로메로가 더 유명했지.책에서도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다이카타나 만들다가 완전 망했음.
오리대마왕 2008/04/28 10:49 # 답글
다이카타나 리뷰를 좀 찾아보니, 망할 만 한 것 같더라.